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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자료> 기업복지 격차와 노동조합의 대응전략

* 이 글은 2012년 9월 11일에 개최된 <87년 노동자대투쟁 25주년 기념 심포지움>에서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주관하여 발표한 글이며, 현재 저희 연구원이 진행 중인 연구과제의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된 자료집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업복지 격차와 노동조합의 대응 전략

-A완성차업체 원하청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홍석범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연구원)

 

 

 

1. 들어가며

 

최근 수년 간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기회구조 속에서 시민들의 복지에 대한 수요가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크게는 복지국가레짐, 작게는 복지정책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복지담론 논쟁이 재활성화 되고 있다. 일국적 차원의 복지레짐과 그것을 구체화하는 복지정책 및 제도는 국가를 매개로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형성해내는 가장 주요한 힘은 사람들의 집합화된 태도와 의식, 나아가 그것에 기초한 정치적 선택과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근래 표출되고 있는 사람들의 복지수요는 향후 국가복지의 변화와 확대 가능성을 가늠토록 한다.

 

그러나 그간의 복지담론에 대한 노동운동의 개입은 유효하지 못했다. 우선 복지담론 생산 주체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노동운동은 복지라는 주제에 대하여 무관심했을 뿐더러 복지를 자신의 의제로서 끌어안지 못했다. ‘복지라는 개념은 노동운동과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이기보다는 주로 현실에서의 조세부담 문제로 환원되었고, 임금 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실의 운동 일상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부차적 요소로 자리잡아왔던 것이다.

 

아울러 제한적으로나마 노동운동 진영에서 복지담론이 전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주체의 사회복지에만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복지의 주체는 비단 국가뿐만 아니라 가족 및 친족, 자조적 공동체나 노동조합, 기업조직이나 자발적 사회단체 등 매우 다양하며, 이들 각각은 총체로서의 사회복지, 즉 사회복지체계 내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후 반세기 이상 선별적 혹은 잔여적 복지체제를 유지하면서 서구 복지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의 역할과 비중이 낮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조직이 제공해왔던 소위 기업복지는 전통적으로 노동자 및 그 가족의 생활과 안녕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뿐만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황의 장기화 및 노동시장 유연화가 전개되고 그 충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복지의 재편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노동자 및 그 가족에게 기업복지의 상대적 중요성은 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복지는 임금 및 고용 등의 노동조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수적이거나 잔여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때문에 전국적 차원에서의 노동조합 투쟁의제나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지 않았다. 노동시장 양극화의 대표적 지표로서 주목받아 왔던 것 역시 주로 임금 및 고용안정성에 관한 것이었고 기업복지의 균열구조에 대해서는 그 관심이 매우 저조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복지가 -그것의 주체가 무엇이든 간에- ‘당연히 누려야 할 하나의 권리이기보다는 기업조직이나 국가가 노동자 및 국민을 위해서 베푸는, 때문에 기업의 부가적인 지불능력이나 국가의 재정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일종의 부가적인 혜택이라는 사회적 규범에 기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연대적 성격의 의제와 사업보다는 기업 울타리 속의 것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던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규직비정규직과 같은 고용형태, 성별, 대기업중소기업과 같은 기업규모 및 원하청으로 편재되는 기업관계 등의 균열구조를 기초로 기업복지 역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후 국가복지 확장을 둘러싼 노동자 간 복지수요의 차이와 노동운동 내부의 갈등을 예비하고 있다. 게다가 그 경계의 특성상 이미 노동자의 연대의식 및 노동조합의 활동을 기업조직 내부로만 한정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노동조합에게 하나의 연구대상으로서 기업복지란 주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에 본 글에서는 노동운동의 의제로서 기업복지의 격차 실태와 그것을 둘러싼 쟁점들을 짚어보고 향후 노동조합의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기업복지 격차 추이를 살펴본 후, 사례조사를 통해 확인된 기업복지제도의 격차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이후 기업복지 격차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짚고, 그에 대한 노동조합의 역할과 전망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