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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산타랠리와 배당금 잔치

금속노조연구원   |  

산타랠리와 배당금 잔치


                         - 연말 주식동향에서 노동은 무엇을 읽을 것인가?


  


이상동 정책연구원 자문위원


  


연말과 연초에는 주목할 만한 경제이슈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각 경제주체들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한기’인 때문이다. 언론들이 마땅한 이슈를 찾는 데 실패해서일까? 그다지 중요한 현상이라 보기 어려운 이른바 ‘산타 랠리’라는 말이 최근 몇 주 동안 줄기차게 경제관련 기사에 등장하고 있다.


주식분석가라는 사람들은 ‘산타 랠리가 한국에 찾아 올 가능성이 있다.’, 소위 ‘1월 효과가 확실시된다.’ 등등을 이야기하면서 기대감을 부풀리게 하고 언론은 이를 인용하는 척하면서 800만 주식투자자들의 마음을 또 한번 흔들어 놓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 노동과 관계없는 일로 치부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올 한해 분명히 확인했듯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본시장은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터뜨려 버린 거품을 ‘새로운 거품’이 되살리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자본시장의 상승으로 많은 노동자와 서민들의 눈을 돌리게 만든 다음 이를 바탕으로 자본의 운동이 되살아났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산타’는 없다.


주식시장에서 ‘산타 랠리’란 연말을 맞아 주식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연말에 두둑한 보너스가 지급되면 이것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기업 실적을 올려 기업의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1월 효과’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연초에 주식 분석가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어 놓으면서 기대효과를 부풀린다는 것이다.


산타 랠리라는 말은 다분히 서구 국가에서 일부 나타났던 현상을 일반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와 신년의 장기 휴가와 보너스는 우리 사회 임금 노동자들의 현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추석 랠리’나 ‘설 랠리’가 생겨야 마땅하지만 이런 용어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연말과 연초에 취업자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산타 랠리’와 ‘1월 효과’를 퍼뜨리는 것은 기대심리를 자극해 주식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행태와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12월 들어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11월 말의 이른바 ‘두바이 쇼크’로 일순간 긴장 상태에 돌입했던 자본시장이 앞서 3분기에 발표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기업의 ‘사상 최고 실적’의 추세를 되살린 것에 불과하다.


주주 이익 vs. 사회 이익의 대립 구도


2009년 글로벌 경쟁에서 눈부신 실적을 거둔 한국의 초대기업들은 같은 기간 법인세 납부, 고용 창출 그리고 투자 확대라는 최소한의 3대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우선,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불황을 이유로 신규 고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벌써 꽤나 오래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2009년 2월 30대 그룹 채용 담당 임원들이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에 합의한 적이 있다. 임금조정으로 자금을 조성해 신규직원이나 인턴을 채용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퍼센트까지 삭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이들의 올 상반기 신규 고용은 3만 500명에 그쳐 지난해에 비해 32.6퍼센트나 줄었다. 2009년 하반기에도 크게 나아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이 집행한 투자금액도 32조 6000억 원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15.7퍼센트가 줄었다. 이 기간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2.1퍼센트 늘어난 것과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런 결과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자임한 이명박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 준 뒤여서 정부마저 당황스럽게 만든 바 있다. 결국 대기업들은 감세와 세제 감면(자동차 산업)이라는 특혜를 등에 업고 거기에 임금 삭감까지 단행한 결과 기대 이상의 실적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를 고용과 설비투자 확대로는 이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들이 납부한 법인세 규모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2008년 기준 삼성전자가 납부한 법인세는 최고세율 25퍼센트에 한참 못 미치는 6.5퍼센트에 그쳤고, 현대자동차는 19.3퍼센트, SK텔레콤은 15.2퍼센트 등이었다.


이들 대기업들이 법인세와 고용 그리고 투자를 줄여서 남긴 이익은 상당 부분 주주들에게로 돌려져 왔다. 상당 부분이 외국인에게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전체 배당의 무려 43퍼센트를, 현대자동차는 26퍼센트를 외국인 배당으로 지급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 규모와 법인세의 규모가 거의 같은 수준이었고 SK텔레콤은 외국인 배당이 오히려 더 많았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로 빠졌던 외국인 비중이 다시 높아져 있음도 기억하자.


내년 초에 예정된 ‘배당금 잔치’에 문제를 제기하자.


다시 12월의 주식시장으로 돌아가 보자. 12월의 주가 강세는 이른바 ‘배당락 효과’와 관련되어 있다. 매년 기업들은 12월 31일 기준 실적으로 연초에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이 배당금을 받기 위해서는 12월 28일까지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배당락 효과란 주식 매입 마감에 가까워오면서 주식 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서 우리가 상기해야 할 것은 2008년에 본격화된 경제위기로 잠시 주춤했던 대기업들의 배당금 잔치가 다시 재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9년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배당금 배분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배당률은 1.1%였고 2009년에 지급된 배당금은 주당 5,500원으로 전년에 비해 1/3이나 삭감된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시가배당률은 2.1%로 삼성전자보다는 조금 높았지만 어쨌든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배당금 잔치를 벌인 2007년에 비하자면 그 감속폭은 훨씬 크다.


최근 경제 신문들은 각종 칼럼을 통해 배당금 잔치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 기업의 주가는 저평가되어 있는데 이는 배당정책이 후진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부쩍 늘고 있다. 또한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여러 국내 경제지표들을 두고 국내외 언론들이 이제는 ‘수확의 계절’에 들어섰다고도 말한다. 이런 행태들은 매년 3월 말과 4월 초에 실시되는 배당금 지급을 앞두고 주주들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쨌든 2009년에 배당금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주주들이 눈에 불을 키고 있는 한 내년 초에 대기업들의 대규모 배당은 점점 더 확실시 되고 있다. 바야흐로 IMF 환란 이후 3,4월이면 매년 되풀이되는 배당금 잔치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